오디오 해설

전사

오지호는 한국의 풍경을 인상주의 양식으로 그렸던 최초의 화가 중 하나입니다. 그는 ‘빛을 포착하는 예술’로서의 회화가 삶의 본질을 드러낸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화가였습니다. 그는 풍부한 빛과 색을 구사하며, 밝은 야외 광선을 받아 반짝이는 풍경을 즐겨 그렸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한국 역사 속에서도 삶의 기쁨을 긍정적으로 강조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오지호는 1926년부터 1931년까지 도쿄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하였고, 귀국 후에는 한국 특유의 맑고 경쾌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예술가 단체에 참여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청명한 공기가 대상의 표면에 반짝이는 빛을 선사하여, 내적 아름다움을 표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남향집>은 작가가 1935년부터 45년까지 북한의 개성에 체류할 때 그의 가족과 집을 배경으로 하여 그린 작품입니다. 막 문지방을 넘어서려는 그의 딸 금희는 작은 그릇을 들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낮잠을 자고 있는 반려견, 삽사리에게 밥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지호는 집을 비추는 빛의 맑고 투명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강한 원색을 사용합니다. 집을 표현한 노란색과 오렌지색의 변주는 대낮의 따뜻한 기운을 선사합니다. 화가의 독창성은 큰 나무의 그림자에서도 확인됩니다. 그림자를 검정색으로 표현하는 대신, 푸른색과 보라색의 풍부한 색채를 활용하여 무수히 많은 짧은 붓질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은 식민지 조선에서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개인의 평범하고 즐거운 일상의 한 순간을 마주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