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해설

전사

김환기는 일본에서 유학하던 1930년대, 당시 가장 전위적인 미술가들과 교유하면서 한국에서 처음으로 추상미술을 시도한 화가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1940년대 말 이후 그의 화풍은 점차 한국의 전통 문화를 작품에 융합해가는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한국의 산, 매화, 조선 백자, 특히 달항아리와 같은 소재들이 그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1956년, 김환기는 파리로 가서 약 3 년간 체류합니다. 이 때에도 프랑스의 앵포르멜이나 누보 레알리즘 같은 당시의 새로운 조류에 동조하기보다는, 한국적 특색을 살린 자신만의 독창적인 양식을 더욱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산월>은 김환기가 파리에서 그린 그림으로, 화가가 마음 깊이 사랑했던 소재인 조국의 자연을 그린 것입니다. 이 작품은 구상적이면서 추상적인 특징을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산과 달의 이미지는 기하학적  형태와 선으로 단순화되었으나, 또한 알아볼 수 있게 표현되었습니다. 캔버스 위쪽의 두터운 붓질은 산등성이를 상징적으로 암시합니다. 화면 아래 둥근 형태는 보름달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달의 하얀 색감은 조선시대 달항아리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 푸른 색조는 그의 이후 작품에서도 계속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입니다.